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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이 없는 것은 우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잘 키운 KMS「열 전문가 몫 톡톡」

지난 71년 설립된 유니모테크놀로지는 세계최초로 무전기를 개발한 모토로라를 누르고 국내 무전기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우량 중소기업이다. 지난 1999년 거래소 상장 이후 2002년 매출 280억원에 직원수 200여명의 견실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고비도 많이 넘겼다.

유니모에게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가운데 하나가 지난 99~2000년의 벤처붐이었다. 당시 창업이 유행하면서 사내 핵심 인력이 잇따라 빠져나갔고 제품 개발과 A/S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때마침 PCB 업체가 도산하면서 생산성이 저하되고 도면 관련 자료를 찾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실제 피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기의 순간 유니모가 선택한 해결책은 지식관리체계(KMS)였다. KMS란 기업 구성원들이 가진 노하우와 기업내 기술 정보 등을 공유해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 당시 전사차원의 그룹웨어 솔루션이라고는 메일이 전부였던 유니모는, 기업의 역량이 특정 담당자가 아닌 시스템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KMS를 도입하고, 지식 등록과 제안 등록 건수를 부서 목표관리(MBO)로 잡아 KMS 사용을 독려했다.

이후 2년간 지식공유 문화를 정착시킨 유니모는 지난해 6월 기존 KMS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본격적인 지식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유니모의 KMS ‘유니모아’에 올라온 게시물은 총 8400여건. 유니모는 이를 기반으로 인력 이동에 따른 프로젝트 차질을 막고 효율을 높이는 한편, 경쟁사 정보, 시장 정보 등을 공유하며 시장 대응성을 향상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KMS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90년대 후반 KMS붐이 일면서 국내 기업의 12% 가량이 지식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활성화된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가운데 유니모의 사례는 KMS가 중소기업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 정보의 아카이브 & 새로운 기업문화 전도사
인력 이동이 심한 중소기업에게 KMS는 인력으로 인한 업무 차질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자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립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 정보의 아카이브 역할은 KMS의 기본 기능이지만 이러한 시스템조차 없었던 중소기업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유니모의 사례가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KMS 활용사례라면 포스코는 대기업 KMS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 기업 포스코의 KMS 구축 프로젝트는 발주 초기부터 전체 사업비 35억원, 총 사용자 2만명의 초대형 KMS 프로젝트로 유명했었다. 특히 기존의 지식 관련 11개 시스템을 ‘날리지플라자’라는 통합 KMS로 묶는 작업이라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5월에 마무리된 포스코 KMS 프로젝트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KMS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일 평균 접속자 7000~8000명, 일일 2500~3000여건의 지식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회수가 일 6만~8만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만여명의 포스코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퇴근 후 집에서도 접속할 정도다. 삼성SDS와 LG칼텍스를 비롯해 최근 KMS 프로젝트를 발주한 KBS도 포스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견학했고, 새로운 업무에 직면한 직원이 KMS를 활용해 해당 업무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그 위력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90년대말의 KMS 붐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기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솔루션 도입에만 치중했을 뿐 이를 운영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에는 관심이 없었다. 유니모와 포스코의 경우는 지난 90년대부터 KMS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함께 본격적인 지식경영 구현에 나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포스코 KMS 가동현황(2003년)

‘적절한 당근’은 KMS 성공의 열쇠
전문가들은 이들의 KMS 성공 요인으로 무엇보다 문화적인 접근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유니모의 백선원 대리는 “초기에는 직원들이 지식 등록을 부가적인 업무로 여기는데다 개인적으로 쌓은 업무상 노하우를 공개하길 꺼려했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업무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이 곧 자신의 입지를 뒤흔들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정보 공유를 기피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식스시그마나 업무 혁신 등 각종 경영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기업들의 경우 KMS는 새로 추가되는 업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포스코와 유니모는 KMS와 지식경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큰 비중을 뒀다. 포스코는 1만 92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지식경영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토론회를 수도 없이 개최했으며, 유니모의 경우도 직원들 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하는데 2년이 소요됐다.

KMS 전문업체 날리지큐브의 강미정 과장은 기업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적절한 당근’이야말로 KMS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한다. 포스코는 지식을 1건 등록하면 마일리지 1점을 주고, 마일리지는 1점당 현금 200원으로 직원 복지카드에 등록돼 회사매장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렇게 쌓인 금액이 한달만에 무려 1억 2030만원에 달했다. 유니모도 포인트 1점당 100원씩 환산, 500점 이상이면 현금 지급하는 방법으로 1800만원을 지출했다. 기업 규모를 감안하면 유니모의 KMS 운영에 대한 투자는 매우 파격적인 수준이다.

전체 지식맵 다운로드(엑셀 파일)

문화적인 접근과 함께 KMS 도입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가 지식맵이다. 지식맵이란 기업내 각종 정보를 분류하는 기본적인 카테고리로, 유니모의 예를 들면 전체 정보를 국내영업, 해외영업, 연구개발, 제조, A/S, 경영지원 등으로 구분하고 국내영업은 다시 시장개발, 국내영업지원, 고객관리, 국내마케팅 등으로 나누는 식이다.

지식맵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다양한 정보를 찾아가는 나침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파트의 사람이 영업 파트의 정보를 손쉽게 찾기 위해서는 직관적인 지식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또 특정 부서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분류 체계가 있다면 이를 KMS 내에 유연하게 녹이는 것이 업무효율 면에서 유리하다.

지식맵은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에 불과하지만 일부 솔루션이 지원하는 지식맵 공유 기능을 활용하면 방대한 기업정보 가운데 꼭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지식맵은 기업 규모가 커지고 KMS에 담는 정보가 많아질 수록 더욱 중요해 진다. 업종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인데 포스코의 경우 새롭게 KMS를 구축하면서 기존의 10여만개에 달하던 지식맵을 2000여개로 통폐합했다. 지식맵을 구성하는 작업만도 엄청난 일이었다.

지식맵은 국내 KMS 시장을 이해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KMS 시장은 국산 솔루션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외산 솔루션이 고전하는 이유도 우리 기업문화에 익숙치 않아 이러한 지식맵 구성을 위한 컨설팅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기본적인 지식맵이 포함된 솔루션을 개발 완료해 놓고 이를 개별 기업 실정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기간이 비교적 짧다.

지식맵이 기업 상황에 맞게 충실하게 구현됐다면 남은 과제는 양질의 정보를 남기는 정제 과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 KM팀, 지식 정보팀, 특허팀 등을 지식자산실로 확대 개편했다. 지식자산실 직원 14명 가운데 6명은 지식관리 업무만 전담해 하루 게시물 가운데 1400여건을 솎아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니모도 부문별로 두명씩의 지식마스터를 두고 이들이 게시되는 지식을 1차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KMS는 이와 같은 꾸준한 관리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하는데 이 때문에 흔히들 살아있는 유기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KMS는 단순한 시스템, 사람 중심의 정책 수립이 관건’
전문가들은 잘 구성된 지식맵과 기업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 적절한 보상제도 그리고 KMS 게시물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병행된다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포스코 이구택 회장의 사례는 KMS와 지식경영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식경영을 대표적인 경영 패러다임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 회장은 우연히 외국기업 담당자로부터 포스코 직원들은 항상 똑같은 질문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외 출장 이후 결과 등록을 의무화했다. 그런 이회장 자신이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고 돌아온 이후 지식자산실 직원으로부터 경고메일을 받았다. 출장 결과를 KMS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KMS 운영에는 회장도 예외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KMS 시장이 지난해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 금융권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적인 진보를 이룬데다 지난 90년대말에 구축된 KMS의 교체 수요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모의 노정희 씨는 “KMS는 단순한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 편의성과 속도 등 시스템 측면뿐만 아니라 각 기업에 맞는 지식경영을 구현해야 한다”며 “사람을 중심에 둔 운영 정책을 세워야 비로소 지식경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KMS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면 꼭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출처 – ZDNET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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